박준 - 인천 반달
2016. 10. 27. 18:45ㆍ카테고리 없음
인천 반달
혼자 앓는 열이
적막했다
나와 수간( 手簡 ) 을
길게 놓던 사람이 있었다
인천에서 양말 앞코의
재봉 일을 하고 있는데
손이 달처럼 자주 붓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나는 바람에 떠는 우리 집 철문소리와
당신의 재봉틀 소리가
아주 비슷할 거라 적어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면
인천에 한번
놀러가보고 싶다고도 적었다
후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에
흰 양말 몇 컬레를 접어 보내오고
연락이 끊어졌다.
그때부터 눈에
반달이 자주 비쳤다
반은 희고
반은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