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 비둘기에게 (1984 )

2019. 3. 20. 22:34뮤지컬/K Pop



매일  생각없이  살다보면

변함없는 삶에 안주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조용하고 느리지만

그 삶의 가장 깊은 바닥을 

주걱같은 걸로 휘젓는 

느낌을 주는 뭔가를 만나게 된다




우주공간 속을 날으는

우주선 속 유영하는 우주인처럼

자신만 빼고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빨리 변하는 것들을 따라 사는 것도 

큰 의미없음을 깨닫고 

다시 우주 공간 속의 삶에

순응하고 마는 로켓맨처럼




그의 영혼은 

작은 공간에  순응하기로 작정한

그의 몸이 머물기로 결정한

그 공간보다 그 결정을 내린 

그 몸이 더 답답하다 

느껴지기 시작하겠지




그 순간 그의 눈 앞을 지나는 

작은 비둘기 한 마리

그의 우주에 어떻게 

비둘기가 날아들었을까

묻는 것보다

그 비둘기가 그에게 어떤 희망을 주었는지를

묻는 것이 우선해야 하겠지만

하지만 그것조차 묻고 싶지 않다.

희망은 희망일 때가 

그것도 아주 미미하고 작을 때 

가장 좋은 걸 아니까

그의 좋은 현재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




어쩌면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보석같은 행복의 그림자를 느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더더욱

그에게 묻지 말아야 한다. 








비둘기에게





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부탁해 부탁해



어린 횃불이 되고픈 나를
마음속의 고향에서 잠자는 나를
천진난만하게 사는 나를
맥 빠진 눈을 가진 나를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아아



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