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9. 11:02ㆍ잡동사니
중 2 병..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느낌
내가 아닌 자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에 대한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의 조각들
지금은 약간은 무덤덤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
할 듯하다. 물론 이제는 더 이상 이 집에는 그 병을
앓을 연령대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내가 살던 시절엔 중 2 병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는 독재자가 하늘이나 절대신처럼 군림했고 집
에는 큰댁에선 큰 아버지가 , 집에서는 아버지가 하
늘이고 절대자였다.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엔 군사부일체의 한 축인 절대자 선생들이 있었
다. 감기조차 제대로 앓기도 힘들었다. 열이 펄펄
끓어도 학교는 가야했다. 늘 삶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그 무거움을 벗어나고자 난 헤비메탈 음악에 빠져들
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난 그 병을 앓을 용기가 없던 아이들중 하나
였는지 모른다. 당시에 그 병을 앓을 용기를 가진 아
이들 거의 없었던 것같다. 아마 당시엔 중 2 병보단
문제아란 말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아무 짓을 안하
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어른을 기분나쁘게 하는
것만으로도 고약한 놈이나 근본없는 놈이란 말을 들
었다.
어쩌면 내 삶은 그 지짓지긋한 악담이나 오명을 안 쓰
기 위한 노력의 시계열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래서일
까 남아있는 기억 속 시간을 되돌리며 돌아보면 나를
위한 시간들을 모아 본다면 1 년도 채 안될 듯하다.
어머니를 간병하며 꼬박 1년을 붙어있었을 때 느낀 것
이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은 그 1년이 나머지 내 평생
의 시간동안보다 더 많았다고 느꼈던 것처럼..
중 2 병에 걸렸었던 아들이 오래 전 내게 뱉았었던 말
들을 돌아보면, 어쩌면 자신의 아직 어리고 작은 영혼을
독립시키기 위한 작은 새의 날개짓같은 것인지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 날개를 짓누르
고 걸으라고 넌 이땅 위를 걸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
은 아니었을까. 자신을 세상을 기어다니면서 날고자
애쓰는 아이에게 걸으라고 소리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
내 인생은 나의 것이어야 한다 란 생각을 가진 순간
깨닫는 것이 난 내 인생을 온전히 소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란 생각까지 다다른다. 그런 존재에 불과한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자신의 분신이라 생각하며 통
제하려 할때 만나는 것이 아이들의 반항이었을 것이
다. 글쎄 반항이란 표현도 적절한 표현일 수는 없을
것같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내 삶을 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발현되지 않은 내가 혹은 나의 속성이 존재한다면
지금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하면서 역시 발현되지 못하
게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어쩌면 중 2 병에 걸린
자가 나의 분신이라면 그 또한 내가 아닌가 ? 내가 나
에게 충고하고 있는지 모른다. 너도 나도 다른 존재이
며 같은 존재이고 내가 간 곳 아는 것으로 내가 모르는
곳 내가 가지 못한 것을 판단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건
지 모른다. 이 우주 속에 존재하는 내가 아주 작고 희
미한 먼지같은 지구 속에 꼼지락거리는 존재에 불과
한 내가 갔었던 것 경험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은 극히 드물 터인데
부모는 아이들을 통제할 권리가 없다란 생각을 갖게
된다. 앞에 이런 것이 있다란 이야기는 가능할 지 모
르지만 그 이야기를 세상을 이해하는 부서진 빵가루
라 생각하고 열심히 따라간 아이들은 헨젤과 그레첼
의 어느 순간 새가 쪼아 먹버린 빵가루들처럼 더 이
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이나 그들을 잡아 먹으려
는 마녀의 과자 집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자
로서, 세상을 잘 모르는 자로서 자격불충분이란 생각
에 충고나 권고를 포기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모란 변변한 통제할 권리도 없으면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만져야 하는 존재들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직무유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젠 아이들
이 나보다 더 현명하단 생각을 한다. 오히려 이젠 내가
때가 되면 중2 병을 앓아봐야 할 것같단 생각을 한다.
난 내 삶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며 내 인생에 당신이 얼
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말하면서 . 어쩌면 불
가능할지 모른다. 세상에 겁을 먹은 내가 세상이 지
겨운 내가 두려움없이 중 2 병을 앓을 수 있을까 ?
그러고 보니 내 아이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장난이
아니고 ..진심이다. 어쩌면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