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019. 1. 28. 12:04잡동사니






그가 내게 말했다

자신은 죽음으로부터 

잠시 멀어진 느낌을 받을 때 

행복하다고



하지만 

난 말해주고 싶었다.

그건 이번은 아니라는 

안도감일 뿐이라고

죽음은 살면서

함께 동행하는 

친구일 뿐이고

충분히 두렵겠지만

두려워 할 대상도 아니고

결국은 그의 품에 

안겨야 한다고



그가 내게 말했다

가끔 장롱에서

기어나온 검은 그림자가

잠자는 자신옆에

누워 자신을 바라보곤 한다고

그래서

가위에 눌린다고



아마 그는 두려워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직 그가 너와 대화할 방법을 모르거나

네가 그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일 뿐

그가 널 해하고 싶었으면

더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어쩌면 두려움은

스스로 만든 

행복의 정의로 인해

갖게 되는 결과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행복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려 하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때

얻는 개념일지 모른다고



그저 살아 숨쉬며 

자신을 세상과 비교함이 없이 

바람부는 언덕에 핀 

작은 들꽃처럼

매 순간 조금씩 변하며

성장하며 소멸해 가는 것을 바라볼

아비같은 마음을

스스로에게 가질  때

얻는 것일지 모른다고



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행복하냐고?

난 답했다.

잘 모른다고

아직 다 살지도 않았고

이번 생은 나도 처음이고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행복할 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행복하다는 것이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아직 내가 한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기 바빴으니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그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 그는 

다른 존재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본인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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