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7. 00:51ㆍ잡동사니
어린 아이에게
사탕이 가득 든
주둥이가 좁은 병을 주고
아이가 기뻐하길 기대해볼까
아니면 그 아이가
양껏 주먹에 사탕을 들고
손이 빠지지 않아서
울기를 바랄까
왜 꼭
사탕은 그 입구가 작은
병안에 넣어두는 것일까
아이에게 사탕에 대한
욕심을 일으키는 것도
그 욕심을 거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심으려는 욕심을 품은 것도
그 아이가
사탕을 포기하지 않고
유리병을 휘둘러
깨트린다면
사탕을 든 채
그 빨갛게 물든 손에
놀라 울고 있다면
그 결과의 책임은 아이에게 물어야 할까
아니면 아이에게 교훈을 주겠다는
욕심에 물어야 하는 걸까.
기쁨이
밤 하늘 불꽃놀이 불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아쉽다고 느끼게 만들어 볼까
계속 기쁘다면
어쩌면 그건 더 이상 기쁨이라
부르지 못할지 모르니까.
불꽃이 사라지듯
입에 문 사탕이 녹아 사라지듯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내가 좋아하던 물건이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사라지는 것도 아쉽지만
불꽃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곁에서 불타는 것보다는
낫다는 걸 어른이 되어도
못 깨닫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왜 아이들이 어른스럽길 바라는 걸까
어른이 아이들보다 더 유치한데
한 번 두 번 세 번 아니 무한 번
실수하는 우리 자신들은
스스로 용서하면서
왜 아이들이 넘어지면 화내고
물을 쏟으면 소리를 지르는 걸까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듯
아이에게 비싸게 사 준 선물도
당연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아이도 어른도
특별히 대단할 것도
차이도 없는 인간에 불과하겠지
찰라의 기쁨을 서로에게서 보았다면
그리고 그 기쁨도
잠깐동안의 한 여름 밤 불꽃놀이로 인해
기뻤던 것처럼 곧 사라질 거란 걸 안다면
다시 영원한 어둠의 문턱을 넘을 때
이 땅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기뻤었단 것을 기억할 수라도 있기를
이 땅에 먼저 혹은 늦게 왔던지
상관하지 않고
비단보에 내려 않았든
진흙에 떨어졌든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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