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dance to remember, some dance to forget
2019. 5. 24. 23:43ㆍ잡동사니
공간의 주인이 아무 것도
포기하려 하지 않을 때
그의 시공에
잠시 세들어 사는 자는
자신이 원치 않더라도
그 공간에 거할 수 밖에 없다.
그를 설득하려고도 해보고
그를 속일까도 생각해보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보니
자신은 이 공간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란
사실을 깨닫는다.
공간엔 물건들이 차고 넘친다
주인은 기억하려
물건들에 더 집착하지만
기억은 점점 더 흐려지고
나그네는 잊으려 애를 쓰지만
주인의 공간에 널부러진
수많은 물건들로 인해
먼지쌓인 기억까지 되살아 난다
주인의 기억은
씽크대의 물처럼
빠르게 빠져나가고
몇 개남지 않은 화양연화의 기억들을
만나는 사람마다 들려주려 애쓰고
나그네의 기억은
바닥에 널린 물건들을 피해 걸을 때마다
물건들 위로 내려앉은 먼지처럼 피어 오른다
움직임을 멈추고 기억들이
다시 내려앉기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먼지처럼 기억도
진공청소기로 치울 수 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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