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법으로 쓴 내 이름

2019. 5. 23. 00:25잡동사니



이진법으로 내 이름은 어떻게 쓸까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세상이 커다란 시뮬레이션이라면 난 그 시뮬레이션 속에 숫

자의 조합일텐데 정작 난 시뮬레이션 속 내 이름조차 모른다

들어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어느 날 시뮬레이션이 내게 이름을 묻는 날 정확한 내 이름을

모른채 평생을 살았다라고 말해야 하나. 파이의 숫자도 겨우 

3자리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내 이름을 쓰면 끝까지 외울

수는 있을까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저장되었는지 어드레스도 모른 채 살다

어느 날 뇌세포가 하나 둘씩 죽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시스템은 날 배드 섹터라고 지워버릴까.  솔직히 

그 정도되면 깨끗히 포멧해준다면 더 고맙긴 하겠다.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마지막 모습이 어떤 모습

까라는 걱정보다 아무 것도 모른채 살다간다는 생각이 더 두렵

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아직도 모르겠고 두번 아니 세번 태어

나도 모를 것같다. 


아직 지금 내가 불리는 이 이름도 내 이름이 맞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시스템에서 주어진 이름은 혹시 01001001010001

010001000100010111101010101010101000011111

일수도 있다. 아니 더 길지도 모른다. 지금 불리우는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뭔가 웃기게 느껴진다. TV 에 나오는 잘난 체하는 저 정치가도

자신의 이름을 못 외울텐데 아니 들어본 적도 없을텐데라는 생

각이 들었다. 그게 인생이라는 걸까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알지만 결국 몰라.  (0) 2019.06.03
Some dance to remember, some dance to forget  (0) 2019.05.24
병에 든 사탕  (0) 2019.05.17
글쎄  (0) 2019.03.17
우리 인생이 단 하루라면  (0) 201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