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詩(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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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 러 니 그대 사라지지 말 아 라 박노해 시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
2017.03.31 -
강성은 - 기일( 忌日 ) .. ( 제멋대로 해설 )
기일( 忌日 ) 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한 밤 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 밤 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 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 거리는 소리 가끔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죽음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린 죽음을 죽지 않은 존재에게 너무나도 많이 쓰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린 화가 나면 " 이런 쳐 죽일 놈 " 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죽일 놈이 라고 말하는 것은 죽일 의지가 담긴 말이 아니다. 그냥 나쁜 놈이란 의 미다. 만약 죽일 의지가 있다면 말 대신 주위에 쳐죽일 도구를 찾..
2016.10.26 -
강성은 - 어떤 나라..( 제멋대로 해설 )
어떤나라 어떤 나라에서는 청바지를 입는 것이 금지되었고 청바지 밀수업자가 교수형을 당했다 그러나 집집마다 옷장 속 깊숙이 청바지는 폐물처 럼 숨겨져 있고 어떤 나라에서는 부모가 늙으면 산에 버리러 가야 했는데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아들은 새처럼 울었다 그러나 산에서 ..
201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