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 어떤 나라..( 제멋대로 해설 )

2016. 10. 26. 08:17뮤지컬/詩





어떤나라




   어떤 나라에서는

   청바지를 입는 것이 금지되었고

   청바지 밀수업자가 교수형을 당했다

   그러나 집집마다 옷장 속 깊숙이 청바지는 폐물처

럼 숨겨져 있고


   어떤 나라에서는

   부모가 늙으면 산에 버리러 가야 했는데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아들은 새처럼 울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의 몸에 밴 늙은

이 냄새


   어떤 나라에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피아니스트는 타이피스트가

   드러머는 대장장이가

   가수는 약장수가 되었다

   음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떤 나라에서는 

   어디가 영토의 시작인지 끝인지 몰라 지도를 그릴 

수가 없었다

   하루는 요람처럼 작아졌다가

   하루는 관처럼 거대해졌다가

   하루는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죽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꿈꾸는 것과

   오래 잠을 자는 것은 허용되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데

   날마다 조종 (弔鐘) 이 울린다






이상해야 하는데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시인의 시선에서 단지 조금 이상한 것들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겐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하다 생각하는 일들인지 모른다. 일반인들에게 이상한 일들

은 몇일 후  더 이상해지고 더 이상해지다가 그냥 다른 일들처럼 당연한 일이 되기도 하고 경악할 

일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아니 우린 눈에 보

여도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사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못 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우

리는 그 시작과 끝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이 이상하게 바라봐 주는  것들이 가끔은 고맙게 느껴진

다. 


가끔 생각하는 공간에는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같아서 아무런 음악도 넣지 않

는다.  


첫 연에는 청바지를 금지하는 나라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청바지, 째즈,

등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물품이나 문화가 금지된적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속성은 금지하면 더

갈망하게 된다.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수요는 있지만 공급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와 금지된 물품의

가격결정은 왜곡되고 가격이 치솟아 버린다..결국 갈망하는 만큼의 비용이 더 지불되고 어디에선가

감춰져 보관된다. 과연 사회주의 나라만의 일일까? 청바지대신 우리에게 금지된 물품을 집어넣어보

면 우리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한때 상류층 혹은 연예인들을 휩쓸고 지나간 프로포폴.. 이젠 사람들

이 사용 안할까? 과거형이지만 현재형이기도 하고 미래형이기도 하다. 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둘째 연에는 과거 있었다고 전해지는 고려장에 대해 나오고 있다. 난 기분이 나쁜 것이 이게 과연 고

려에 있었던 일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풍습이기 때문이다.. 이 풍습 또한

우리 나라가 아닌 불교설화에 나오는 棄老國 ( 기로국 )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다.. 나라 이름이

노인을 버리는 나라라.. 실제 그렇게 이름을 붙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칭해졌겠지. 그리고 

누군가 그 비슷한 발음을 일부러 고려장이라 붙인 사람들이 있었겠지..그리고 옛 세대 사람은 그걸 농

담으로 했겠지만 윗 세대랑 단절된 세대는 그걸 우리 역사에 있었던 일로 생각할 것이다. 여하튼 우리

는 언제부턴가 윗 세대와 담을 쌓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농업사회에서는 노인은 지식과 지혜의 보

고로 대접받았지만 이제 철저히 분업화되고 세분화된 사회에선 그 어떤 지식도 지혜도 써먹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하던 말이 " 모르면 가만있어 " 란 말이었지만 이젠 노인들이 하는

말이 무시되기 십상이다. 말을 안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기분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
쁜 사람들이란다.. 그렇게 그들은 산 속에 버려지진 않지만 스스로 폐기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

만 그들을 버리는 순간 버린 자들도 늙어 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끊임없는 돌고 도는 이야기다.


셋째 연에는 음악이 금지된 나라가 나온다. 퇴폐란 이름은 사회주의나 독재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실

제 퇴폐를 누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퇴폐는 막는다. 북한에서도 남한의 방송에 나오는 짧은 치마

나 반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흔드는 아이돌의 방송은 퇴폐라 칭하겠지만 , 그들의 비밀 장소에서는 기

쁨조가 그런 복장으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안 그렇다고? 대한민국은 안 그럴까? 말 길어

질까 두렵다. 그냥 우리도 그렇다. 왜.. 우린 같은 인간이니까.


넷째 연에는 영토를 알 수 없는 나라가 나온다.  이 나라는 크기를 알 수 없는 나라다.. 나라의 특성은 

소유하고 선긋기가 취미인데 그 크기를 알 수 없을 수 없다.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나라란 아마 혼자 사

는 나라일 것이다...즉 한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은 자신의 크기를 가름할 수 없다..어떨 때는 세상을

다 품을 것같다가도 어떤 땐 개미보다 못한 아니 먼지보다 작은 존재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시인이 이

야기한 요람은 시작을 의미한다. 요람이 작은 것이 아니라   겨자처럼 아주 작은 시작을 의미할 것같다

관처럼 거대하다라는 것은 모든 존재가 죽는다.. 어쩌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건 종국엔 죽음이다. 그래

서 죽음을 상징하는 관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마지막엔 먼지처럼 사라진

다.. 그게 인간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권력도 그렇고, 모든 가수들이 그렇게 화무 십일홍이라 이

야기 해도 정치인들은 죽는 순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다섯번째 연에서는 죽음이 금지되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역설법이다. 죽음은 금지될 수 없다.. 반대로

그 나라는 꿈과 잠은 금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히려 현대 사회는 꿈꾸는 것을 부질없게 

만들어버린다.. 꿈은 할 일없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꿈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오랫동안 자

는 것이 죽음이다.. 결국 사람들은 꿈꾸지 못하고 오랫동안 자는 꿈을 꾼다. 죽지 못해 사는 세상같은 느

낌.. 죽음조차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여섯번 째 연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인데 누군가 죽었다는 종이 울린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다고 언제 느낄까 ?  죽을 때가 아닐까? 살아 있음을 살아 있을 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절되어가고 외로운 가운데 죽어간다.. 자신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이 죽은 다음에야 그가 살다갔구나라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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