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6. 11:33ㆍ뮤지컬/詩
기일( 忌日 )
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한 밤 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 밤 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 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 거리는 소리
가끔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죽음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린 죽음을 죽지 않은 존재에게 너무나도 많이 쓰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린 화가 나면 " 이런 쳐 죽일 놈 " 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죽일 놈이
라고 말하는 것은 죽일 의지가 담긴 말이 아니다. 그냥 나쁜 놈이란 의
미다. 만약 죽일 의지가 있다면 말 대신 주위에 쳐죽일 도구를 찾아야
정상이다..
우리가 배부르면 " 배 터져 죽겠네 "라고 말한다.. 절대 죽는다거나 죽
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벌써 119에 전화했을 것이다..
이 시에서 사용된 죽음도 같은 의미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항상 모든 일에는 1 % 의 가능
성이 100 %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인 은 버릴 물건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집 앞엔 버린 물건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죽은 사람 이야기를 한다.. 가족 중 누가 죽으면 집안 정리를 한
다. 그리고 버린다.. 마찬가지로 헤어진 사람도 죽은 사람 취급한다..
미국에선 헤어진 연인을 Ghost라고 부른다.. 유령처럼 그 사람과의 추
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두 가지로 본다
정말 가족의 죽음이거나 혹은 헤어진 연인 이야기 거나..
잊기 위해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면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
고 이 말이 중요하다 "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라고
반어법으로 마음에는 죽지 않았지만 실제로 죽은 가족일 수도 있고
반대로 실제로는 죽지않았지만 마음에는 이미 오래전에 헤어져 죽었어
라고 최면을 거는 전 연인일 수도 있다..
그렇게 그 사람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말한다 나를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왜 그도 자신처럼 자신의 물건을 버릴 테니까.. 잊기 위해
한 밤중에도 청소는 계속된다..
그리고 다시 그 버린 것을 뒤지고 있다. 미련이 남은 무언가를 다시 찾
고 있는 것이다. 누가.. 주인공이.. 주인공이 아니라면 다시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청소는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미련만큼 남아있
는 여러 가지 물건들.. 다 버리면 미련이 다시 그걸 다시 제 자리에 가져
다 놓는다.
그리고 버리기엔 미련이 아주 많은가 보다.. 밤새 찾고 있다..
이 해설은 시인의 공식적인 해설이 아닙니다. 그냥 생각해 본 것이며 누
구나 자신의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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