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4. 12:41ㆍ잡동사니
드라큘라가 피를 그리워하듯 저녁이 되면 난 커피가 그립다
그러면 길가 모퉁이 커피집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잔을 산다
공정무역커피, 직접로스팅, 오늘의 추천 커피원산지 콜롬비
아. 무심하게 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뿐인데 항상 바쁜 내눈
은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이미 블랙보드에 쓰여진 초크글씨
를 다 읽어 버렸다. 셀링 포인트가 넘치는 세상에 셀링포인
트가 바잉포인트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난
그걸 다 읽고 몇 번이나 뇌속에서 되새김질하고 있는 듯하
다. 그걸 이렇게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커피가게엔 오렌지색 조명이 사방 놓여진 커피찌꺼기와 커피
원두 사진을 더 진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물론 내 생각뿐일 수
도 있다. 혼자 노트북을 하고 있던 여사장님이 나오셨다. 난
아메리카노 연하게 한 잔 부탁했고 지갑에서 5000원 짜리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다시 난 여러개로 조각난 동전과
지폐 1장을 받았다. 이쯤되면 아마 다들 이 커피의 가격을 예
상할 것이다. 동네커피론 좀 비싸고 브랜드커피보단 싼 가격
하지만 이 동네에선 가장 맛이 괜찮아서 감정적으로 좀 지친
느낌이 드는 날이면 이 곳을 들리곤 한다.
뒤돌아 서서 커피를 내리는 사장과 커피가 강하게 내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몇개의 화분과 빈의자
들.. 마치 인테리어 랜더링한 3D 그래픽 출력물같다.. 아름다
운 느낌이 서늘한 느낌과 함께 해서 Cool이라는 단어가 나왔
다면 이 것도 cool일 수 있지만 주인장 입장이라면 cold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을 때 사장의 손에는 커피 한잔
이 테이크 아웃 컵에 담겨 들려 있었다. 나는 빨간색 빨대와
검은색 빨대 중 검은 색 빨대를 뽑아 들어 컵에 꽂고 뒤돌아
서며 " 안녕히 계세요 " 라고 말했다. 그때 내 등 뒤로 그녀의
미소띤 그녀의 얼굴과 배꼽에 손을 올린 소위 빼꼽인사를 보
았다. 등 뒤가 아팠다.
잠시 멈칫했다. 그녀에게 말할 뻔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 나에겐 그런 인사하시지 마시라고' 그냥 맘 속으로만 말했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그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 미소가 너무나 슬프게
느껴졌다.
가끔 느낀다. 인간은 웃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 지도 모
른다는 생각 말이다. 정말 웃고 싶을 때 웃어도 되는 세상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코메디에서 어떤 누군가의 불행을 보
며 웃는 비웃음 도 아니고, 남들에게 난 당신을 공격할 의도가
없습니다라고 웃는 거짓웃음 말고, 정말 즐거워서 웃는 혼자만
의 웃음들말이다.
나는 언제 웃지?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가끔 딸의 얼굴을 보면서
나오는 웃음, 아버지의 모습과 행동에서 느끼는 웃음. 그리고
뭔가를 깨닫는 순간 나오는 웃음... 그 외에도 몇가지가 있지만
다행히 난 많이 웃지 않는 편이다. 난 내 마음과 역행하는 웃음을
지으면 오랫동안 되새기고 상처를 받는 성격이랄까.. 다른 사람
들은 안 그런가? 물론 아닐 수도 있지. 나만 그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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