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다 든 생각

2016. 10. 22. 14:42잡동사니

언제부턴가 나도 남들처럼 버킷리스트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엔 그 항목은 하나도 줄지는 않고 늘어나기만 했었 

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이루고자 했던  리스트의 

상당분량이 나도 모르게 벌써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도 있었다


뭐지.. 이건..아주 오래 전이라면 전율이 일 정도로 기뻤을

일인데 자신조차도 자신이 바랬던 일이 이뤄지는 순간에

기뻐할 틈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그걸 이루는 순간도 

그렇게 기쁘지 않았단 이야기겠지. 전체적인 바램은 이뤄

졌는데 세부적인 무엇인가가 생략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고향을 떠나 명절때나 고향집 부모님을 뵈올 때 내 기

도 제목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었다. 그 당시 의미는

아마도 그때 사는 집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가고 더 부유하

게 되어 그 집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었을 것이다.


마치 두 주먹에 사탕을 잔뜩 쥐고서 더 많은 사탕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어느날 내 바람은 내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지만 결국 이뤄

졌다. 어머님이 암으로 입원하셨고 일년간 아들의 간병을 

받으신 후 그 재미 없었던 세상 소풍을 마치시고 집으로 돌

아 가셨다. 그리고 그 후로 혼자 남으신 아버님을 모신지도

벌써  7년 아버님도 이제 병원에 자주 가신다..병원에 안 가

신다고  고집부리시다가 거의 돌아 가실 뻔도 하셨다. 어쨌

든 중요한 것은 내가 두 손에 쥔 사탕을 놓은 순간 내가 바라

던 것은 스르륵 이뤄져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버킷리스트도 ,내가 그리 포기하기

싫어했던 사탕들도 무런 영향도 새 삶에 끼지치 못한다

는 걸 깨닫는 순간 쓸데없던 버킷리스트를 머리 속에서 하

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내 버킷리스트는 노트에 적힌 것이 

아니라 내 머리 속에 있다.. 그래서 컴퓨터처럼 Del Key 

누르는 생각만 하면 된다. )  내 소원이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을 옭매여 버린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걸 너무나 간

절히 바라다.. 현재 있는 것에 만족 못하기도 하고 


어느 누구나 집으로 돌아 갈 시간을은 오겠지. 나 역시도.. 하

만 스스로 버킷을 가져다 놓고 그걸 바라보며 이루고  싶

은 리스트를 작성할 필요까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샤워 물줄기를 맞으며 문득 든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 내 머릿 속 버킷리스트를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지워 나갈려고 한다.. 

그것들도 어면 내가 양손에 쥐고 놓지 않는 또 다른 사탕들

일지도 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랄까.. 그냥 그렇다.

버킷이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 날 인도하는 곳으로 가

보자.. 어디까지 가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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