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에 관하여

2016. 10. 24. 14:24잡동사니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던 말이다.


옛부터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이다라고 책에 나와 있었고 

시험문제에는 항상 나와서 열심히 외웠다.. 그래서 우리나라 독재

가 끝나기 전까지 그런 줄 알았다.. 아니 그러고도 꽤 오랫동안 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대부분의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도 그런 줄 

알고 계신다.. 물론 왕이 대통령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그 말이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성부 성자 성령이 한 몸이다 라고 

표현한 삼위일체랑 큰 차이가 없다. 마치 신정일치인 것같은 느

낌이 들 정도로..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세 분은 같은 권위를 가진다라는 의미

를 심어주는 말이었던 것같다. 왕은 신하에게, 스승은 학생에게,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권위는 또한 그 세 사람은 틀린 것이  하

나도 없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잘못된 것이 있어도 너희

는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따지지도 말고 오직 따라야 한다는 

숨겨진 뜻 말이다. 그래서 나이드신 분들이 이순재의 따지지 않

는 보험을 좋아하시는 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요모조모 

따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과연 잘못이 없었을까? 

예전 왕들... 잘못 많았다..만약 왕정이 아닌 지금처럼 민주주의 

세상이라면 몇 천번을 탄핵당했을 것이다..그래서 일까  독재자

들은 하나같이 군사부일체를 덕목처럼 가르쳤다. 자신들은 쿠테

타를 일으켰지만 쿠테타는 꿈도 꾸면 안될 일이라고 교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 책에는 영조와 그 아들 사도세자의 관계에 대

해 다루지 않았었는지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이야기를 

다룬다면 아마도 군사부 일체에 흠집이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생

각말이다..역사도 전체 교육 흐름에 방해가 될 것은 감춰 버리는

방법 되겠다. 

우리는 사도세자의 기이한 행각으로 인해 뒤주에 갖혀 죽은 것

에만 촛점을 맞추어 배웠다. 마치 세자가 왕의 명령을 듣지 않고 

함부로 날뛰다 죽었다고.. 이렇게 보면 군사부일체란 말이 더 잘 

이해된다. 권위에 도전하면 아들이라도 죽는게 맞다는 메세지 

말이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미친 행각의 원인이 그 아버지에게 있었다

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자가 아주 어린 때부터 지금으로 치면 

과도한  학습과 부왕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함으로 인해 그 부

담감으로 미친 사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졌더라면 또 다른 결론을 

가져온다. 왕이 잘못했다 왕이 너무했네.. 그 순간 군사부일체는 

와해된다.. 왕이 나쁜놈이니까 선생과 아버지도 나쁜 사람이네.. 

일체라며.. ?


사실 우리 어릴 적 학교 생활은 그럭저럭 재미있었다..수업시간 

전까지는 하지만 수업 들어가면 다들 긴장한다. 선생님들은  자

기 나름의 교습법이 있는데 모든 선생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다닌 

것이 긴 회초리였다. 

오죽하면 선생을하다는 표현이 교편을 잡다라고 했을까..( 그 교

편이 매나 채찍을 말한다. 좋은 의미로는 방향을 잡고 가르키기 

이라지만 난 그 막대기가 칠판을 가르키는 것보다는 아이들 

몸 위 허공에서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만 본 듯하다 ) 어떤 수업시간은 공부 하는 시간보다 맞는 시

간이 더 길었다. 교실 전체 타작시간에는 공포에 떨며 종이 울리

길 바라곤 했다. 뒷줄에 앉은 애들은 종이 울려 안 맞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독한 선생은 다음시간에 안맞은 나머지도 때리곤 

했다. 하지만 그 때는 덜 아프다.. 일단 선생님의 화는 대충 풀린

시점일테니까...영어 발음 하나 단어 하나 읽다가 발음 틀렸다고 

맞고, 수학문제 나와 풀다 못 푼다고 맞고, 숙제 안 해 와서 맞고, 

떠들어서 맞고, 지저분하다고 맞고, 머리 길다고 맞고 단추 떨어

다고 맞고..그 맞는 사유들  몇 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내 친구들 중에 매일 맞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 친구 학교 졸업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친구인 

듯하다.그런 권위의 선생님들이 정말 사랑의 교편을 휘둘렀을까.. 

개중엔 이 선생 나 사랑서 때리는구나 생각하다가도 몇 대 맞다

보면 얼굴도 쳐다보기 싫어진다.. 

그래서 그 선생 과목은 공부 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목이 바

로 영어였다.. 중학교 내내 영어를 안했다.. 정말 과목 자체가 싫

어 다면 그 사람은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맞는 사람에게 

그 사랑이 전달이 안된 거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라고


결국 왕도 선생님들도 인간이고 무오할 수 없다..아버지들도 마찬

가지다. 나도 아이를 키우지만 내가 무오하다 생각 안한다. 나도 

많이 틀린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내가 잘못 생각한 

듯하다. 지금 내가 생각할 때 이게 틀리고 이게 맞는 듯하다 . 하

지만 나중에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나도 너에게 말해줄거

다 라고 그러니 결정은 틀리던 맞던 결국 네가 해야 하는 거라고.. 


이젠 군사부 일체의 시대는 끝났다.. 임금도 틀리면 틀렸다고 인정

해야하고 스승도 틀리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하고 아버지도 틀리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한다. 이제 군림하는 시대가 아니라 같이 소통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도 생물학적인 부자

관계만 주장하다 평생 얼굴 안보고 사는 부자도 많이 보았다. 부자

관계에도 서로 계속 관계를 만들어 가지 않는다면,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디스토피아에 나오는 인공기계에서 양산되어 

온 사람들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냥 이제 군사부일

체는 잊어야 정상인 시대일 듯하다. 그들은 일체가 되어서도 안되

고 같은 존재들도 아니다. 우린 왕정시대에 사는 것이 아닌 민주시

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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