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를 마시며

2016. 10. 29. 17:34잡동사니





국화차를 마시며




언제 샀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건조된 국화 꽃을 몇 개 집어 

잔속에 넣었다

찻잔 바닥에서 동그란 마른 국화가 

살짝 공처럼 튀더니 도록 굴렀다




전기 주전자의 물이 거친 소리를 내며

끓기 시작했다

주전자 소리가 더 커진다.

하지만 가장 큰소리를 내는 시점은

끓는 순간보다 막 주전자에서 흘러나올 때다. 

물이 뜨겁게 달아 오른 주전자 주둥이를  타고 흘러 나올 때  

물들은 마지막 비명소리를 낸다  치이이익




물들은 마른 국화를 만나고

마치 시들었던 꽃들이

가을 비를 만난 것처럼 피어난다.

뜨거운 비는 아마 처음이겠지만 

덕분에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닌 

어떤 놈의 찻 잔 안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다시 피어난다.



국화가 살아있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코를 묻고 맡아야 느낄 수 있던 국화향이

입안에 머문다..이 순간 입이 코가 된 듯하다..

그리고 

몸안에 알싸한 국화향이 퍼진다.



아직 온기가 남은 찻잔을 들고 창밖을 보며

국화차처럼 뜨거운 샤워를 하고 싶어졌다.

그럼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찬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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