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p.....

2016. 12. 15. 22:16잡동사니

다용도실에서 있는 정수기에서 왼 손에 들고간 검정머그잔

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미리 담겨 있던 냉동건조커피가 녹

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순식간에 완성되었고 오른 손에 

들려 있던 핑크 색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살짝 저어주었다, 

아직 머그잔 바닥에 녹지 않고 있을 커피는 없을텐데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랄까.. 무의미한 행동인지 모른다.


다용도 실을 나오면 왼쪽 벽 상단에는 창문이 있다. 아래 쪽

은 벽이고 그 벽 상단에 있는 독특한 유리창이다..창 밖에는 

흰색 뭉게구름과 파란하늘 그리고 나무들이 있는 낮은 동산

의 윗부분이 보였다.. 나름 이 풍경이 오늘 따라 조화롭게 

보이는 지점에 내 발이 멈췄고  몇 초간 바라보고 있었다


병동 수 간호사가 말했다


" 왜 향기로운 커피를 화장실 앞에서 드시며 서 계세요? "


그리고 보니 내가 서있는 곳은 다용도 실과 남자 화장실 중간

위치였다.. 그런데 우연히도 오늘 내가 멈춰 선 그 자리가 그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가장 이뻐 보이는 곳이였다..

아마 잠시일 것이다. 내일은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어제 눈

이 내렸고 그 눈에서 반사된 햇빛은 구름을 더 하얗게 보이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그냥 우연히도 오늘 그 자리가 가장 좋

은 자리였을 것이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 그냥 유리창 밖 구름과 하늘이 너무 이뻐서 바라본것 뿐이

네요.. 딱 유리창 크기만큼  Crop 된 풍경이 이뻐서 ......"


" 제가 있는 곳에선 파란 하늘색만 보이네요 "

라고 그녀가 대답했다...


난 무릎을 살짝 굽혀 유리창을 바라보았고 정말 파란 하늘만

보였다.. 


" 아마 밖에서 바라보면 안 이쁠거예요.. 딱 이렇게 잘려서 이

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네요 "


라고 말하고 내 말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전면이 유리창인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그래서 세상엔 수 많

은 Crop으로 넘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ke Like a Tree and Leave 꺼져!!!  (0) 2016.12.27
고생하세요  (0) 2016.12.16
한국 수능에 멘붕온 영국인들..  (0) 2016.11.10
누가 시켰을까?  (0) 2016.10.30
국화차를 마시며  (0) 201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