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6. 17:43ㆍ잡동사니
전 전임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에 밀걸레를 잡고 서
계셨다. 나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분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셨다.. 아주머니는 일식집의 고양
이인형처럼 손모양을 하고 나를 타라고 손짓하셨고 난 엘리베이
터에 올라타고 말았다..
" 지금은 몇 층에서 근무하세요 ? 라고 난 아주머니께 물었고
" 6충 " 이라고 답하셨다..
사실 내가 있던 층수가 5층이었으므로 질문은 몇개 하지 못했지만
그냥 웃으며 혜어져야 했다.. 그리고 난 " 고생하세요 아주머니 "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있던 다른 방문객 아주머니가 내게 물으셨다
" 왜 고생하세요 라고 하세요 ? " 라고
마치 내가 맨스플레인 증세를 가진 사람이란 걸 아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이 말과 수고하세요란 말만 나오면 반응하던 사람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던 나지만 그것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 오랫만에 들어
서 좀 당황스러웠다.
" 그냥 수고스러운 일을 다 마치면 즐거운 일만 남잖아요... 고진감래
처럼 "
" 어짜피 삶 자체가 고생 아닌가요 ? " 사실 이 표현은 할 필요 없는
말이었는데... 그냥 불필요한, 첨언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가끔 생각하긴 했다 고생하는 사람보고 고생하라는 말이 좋은
말인가? 아님 반어법으로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말일까
글쎄 중의적 표현일지는 모르겠다만 내 맘이 그 분이 정말 고생하다
허리가 뿌러지란 표현이 아니란 걸 내가 알고 그 분도 서로 느끼며
헤어졌다는 걸 안다..
왜냐고?
글자 그대로라면 덕담처럼 보이는 " 잘먹고 잘 살아라 " 란 말이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말은 그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쓰는 사람의 호흡 속에 담긴 진정
을 느끼는 공감능력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가 사과의 말을 하고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다면 우린 그걸 느끼기
싫거나 느낄 수 없거나 그 말을 한 사람이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우린 말보다 마음을 느끼는 능력이 있는 영적인 존
재들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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