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말리고 싶어..

2019. 7. 20. 10:35잡동사니



슬픔이 온 땅을 뒤덮었던 시절엔

슬픔의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는 자들이 있었지

슬픔이 밀려와

죽음의 언저리까지 데려가는 곳엔

개미처럼 

과일파리처럼

언제나 그들이 있었지




굶주려 땅에 떨어진 곤충이 

개미의 먹이가 되듯

슬픔의 내음은 

사람들의 눈물은

그들의 가마솥 엘릭서의 

늘 주 재료였었지




서쪽 마녀가 사라진 OZ에 

즐거움이 찾아온 것과는 달리

이 세상은 마녀 하나 사라진다 해도

타인의 슬픔을 먹고 사는 자들로 인해

슬픔은 오랫동안 

새벽안개처럼 온 대지를 덮고 있다지




이 슬픔 

어쩌면 장마때문일까 

해나면 또 슬픔대신 

더위 탓을 할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더위 탓을 하고 싶어.

슬픔을 바짝 말려 내년 장마에

국 끓여 먹게



나도 그들처럼 느껴보고 싶어

내 슬픔이 과연 달콤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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