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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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내 것은 없다.
영원한 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 물건도 지식도 기억도 짧던 길던 내 곁에 머물렀던 타인들도 나와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는 내 몸과 그림자도 그리고 내 호흡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건 증명하지 않아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난 영원할 수 있을까 내가 내 것이라면 난 영원할 수 ..
2019.09.05 -
지움
이미 죽은 사람은 또 죽을 일은 없다라고 생각했다 죽었던 기억따위 고이 접어 기억의 서랍 가장 깊은 곳에 넣어둔다면, 시간의 먼지가 앙금만큼 굳을 때쯤이면 다시 꺼낼 일은 없을거라 믿었다. 오랜만에 만난 한 지인이 내가 준비할 틈도 없이 벌컥 내 서랍을 열었고 아직 피가 묻은 내 ..
2019.08.29 -
카메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가장 슬픈 순간조차도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뜨림 없는 우아함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마치 프라스틱처럼 보이기 위해 수술을 감행하는 사람과 인간처럼 보이는 리얼돌을 구별하기 위해서 흐려져가는 눈을 부벼야 하듯 감정을 소매끝에 꺼내..
2019.08.07 -
슬픔을 말리고 싶어..
슬픔이 온 땅을 뒤덮었던 시절엔 슬픔의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는 자들이 있었지 슬픔이 밀려와 죽음의 언저리까지 데려가는 곳엔 개미처럼 과일파리처럼 언제나 그들이 있었지 굶주려 땅에 떨어진 곤충이 개미의 먹이가 되듯 슬픔의 내음은 사람들의 눈물은 그들의 가마솥 엘릭..
2019.07.20 -
2 mm
맨 피부에 2 mm 두께로 새로운 인격을 그린다 그 아래 있는 진짜 나는 스멀스멀 벌레처럼 기어다닌다 사람들은 내 새로운 인격을 꽤 마음에 들어한다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그러기도 하고 술과 함께 저녁도 같이 먹자고도 한다 내 먹는 모습이 그렇게 보고 싶은걸까? 어떤 사람들은 내 눈을..
2019.07.03 -
난 알지만 결국 몰라.
수많은 사진 웃는 얼굴들 속에 감춰진 유전자들의 미래가 보여 인간의 본성이 가진 아름다운 무의식 속 의지에 반하는 타인의 의지에 속아 넘어간 의식 속 욕심도 보여 내가 아는 사람들 특히 절대 끊을 수 없는 연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에 쓴 웃음 짓곤 해 결국 난 ..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