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아버지의 공지
2015. 5. 4. 06:28ㆍ잡동사니
" 여보 나죽어요 "
" 할망 나 주거요 "
이틀동안
다인병실의 창문쪽 할아버지가
쉬지 않고 반복하여 한 말이다.
그 할아버지의 아내인 분은
병실의 다른 환자들에게
미안해서인지 쉬지 않고
조용히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병실의 다른 환자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그가 말하지 않는 동안엔
그의 기관지를 울리는
그르렁거리는 가랫소리가
온 병실을 가득채웠었다
온 병실의 환자들도
밤에 잘 자지도 못했고
특히 간호하는 할머니는
거의 환자수준으로 지쳐갔다
밤새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다
눈을 떠보니
이상하게 조용하다고 느낀 순간
다시 시끄러워졌다
간호사가 할머니랑 뭔가
조용히 이야기 하더니
간호사가 할머니의 휴대전화로
막내아들에게 전화를하고
병실을 잠시 떠났다
할머니의 흐느끼는 소리가
잠시 병실을 채웠다
할아버지를 1인실로
옮기기 위해
간호사와 할머니가
4인 1조로
병실침대에서
이동용 침대로
할아버지를 옮겼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
할아버지는 병실을
떠났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부르시는 순간을
알고 있었던 것같다
쉬지 않고
그가 말했던
이틀동안의 외침을
우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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