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1. 22:58ㆍ잡동사니
그 날 내 자취 방에 대학동기들이 모였었다..군대갔다 복학한 녀
석들도 있었고 대학원다니는 친구도 어학연수다녀온 친구도 있었
다. 갈려고 준비중인 친구도 있었고... 우린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어느 덧 저마다 가고자 하는 곳으로 점점 조금씩 갈라져가고 있었
다.. 하지만 당시엔 그게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목요일인 것같은데 그 날이 내가 일주일 먹을 반찬을 만드는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자취방은 학교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
에 있었고 그래서 가끔 내 자취방에 와서 밥을 먹은 녀석들은 그날
이 내가 반찬을 만드는 날인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몇몇은 그날
꼭 내 방으로 쳐들어 왔다. 물론 내가 일주일 먹으려고 만든 반찬
은 그날 거덜나곤 했다.. 그들의 술안주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우리는 지금하고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것같다. 요즘이라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일주일 먹을 반찬을 만든
수고스러움이 허사가 됨에 난 화를 내야 마땅할 텐데 화를 내기보
단 그냥 재미있게 받아들였고 내 친구들도 내 일주일의 반찬을 술
과 함께 없애버리는 걸 즐겼다. 모두 왜 그 모양이었던거지 ?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단 한마디만 빼고...반찬도 다 떨어지고 술도 거의 다 끝나가는 시
점이었던 것같은데 물론 마지막 버스도 다 떨어져갈 시간이었다.한
친구가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대단
하다고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 라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같다. 그때 난 이야기했다. 우리가 따라 잡을 거라고.....
난 독립군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오래 전 그날 난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말했다.
오늘 아들과 커피를 사러 차를 몰아 바다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내게 물었다. 과연 우리나라에 아직도 남아있는 친일의 세력
들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라고.. 아들 녀석은 불가능할 것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같았다..그래서 난 대답했다. " 그럼, 가능하지 " 라
고... 근거가 없지 않냐고.. 그냥 내 믿음이 그래.. 이제 사라질때가 되
어 가는 것같은데.. 뜸이 들때도 된 것같아..
평행이론 ? .. 왜 그 날이 연상되는 거지 그 친구랑 내 아들이 뭔가 비
슷한, 혹은 같은 생각을 가진 것같았고 말은 다르지만 같은 질문을 한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상한건가.. 마치 내가 존재하는 유니버
스의 미래를 결정한 것같은 느낌이다. 난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래 오늘은 곧 그들이 이 땅에서 힘을 잃게 될꺼라고 내가 생각한 날
이다. 그들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난 이런 생각을 한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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