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9. 09:24ㆍ뮤지컬/詩
Shoes
Tree
길가에 하얗게 탄 채 버려진 연탄
탑골 공원에 앉아있는 노인
서울역 에 설치된 슈즈트리
한때 사용되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었다
윤기나는 까만 색의 연탄은
뜨겁게 타올라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주었고
탑골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은
젊음을 불태워 누군가를 위해 살았다
비록 아무런 결과를 손에 쥐지 못했을지라도
슈즈트리에 걸린 신발은
매장에서 누군가의 눈에 제일 이뻐보였고 선택되었고
찌그러지고 더렵혀질 때까지
누군가를 위해 그 어디라도 갔을 것이다.
그들의 기쁨이 컸을까 고통이 컸을까..
드라마 속에선 기쁨이 더 큰걸로 묘사하겠지만
사실 고통이 더컸을거야.
단지 순간의 기쁨은
마약이나 몰핀처럼 그 고통을
조금은 덜어 줬을거야
영혼과 육체를 탈탈 털어버렸다는 걸
느낄 즈음엔
어딘가에 구겨진채 버려져 있었을거야
알겠는가..?
연탄도, 노인도, 신발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했다
누군가에 의해
누군가를 위하여
누군가의 것이었고
더 이상 누군가의 것도 아닌 존재로
버려질 때까지 온 몸을 불살렀던 존재들이다
그 결과가 어찌될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말이다
흉물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잠시 보류하자
나도 연탄인지, 그런 노인이 될지, 그 신발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마지막 순간 소원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기보단
차라리 온 몸이 깨어져 뿌려지길 원하지만
그 또한 혼자 힘으론
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혼자 힘으로 태어나지도
자신의 힘만으로 성장할 수도
스스로 묻어버릴 수도 없는
어쩔 수 없는 인간아니던가..
그래서이겠지
그래서
우린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그 순간에도
더욱 독립적이길
원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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