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훔치는 사람
2017. 6. 7. 12:27ㆍ잡동사니
시간을
훔치는
사람
난 시간을 훔치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시간이 나의 삶의 에너지가 되고
세상에서는 이를 돈이라고 부른다
난 시간을 빼앗기는 사람이다
내 시간은 그 사람을 연명하게 하고
내 시간은 그 사람의 용돈이 되기도 하고
내 시간은 그 사람의 삶의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내 시간은 그 사람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기도 하다
난 내 삶의 주인이지만
난 내 시간의 주인은 아니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지 못하고
내 시간은 내 뜻을 따라주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의 시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태초부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 잠시 머물다
사라질 쉽게 왔다 쉽게 갈 먼지인지 모른다
어쩌면 내 삶의 주인이란 말도 거짓일지 모른다
자신의 삶의 노예가
되어살고 있는 불쌍한 삶의 주인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사랑으로 잉태되고
다른 사람을 잠시 사랑했다는 죄로
평생 그 사람을 사랑해야 하고
그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사랑해야만 한다
음.. 짧은 사랑의 순간을 기억하며
길고 긴 슬프고 화나는 인생을 참아야 한다
오늘도 난 누군가의 시간을 훔치고 있다.
그들의 얼굴을 대하지 않지만
난 분명히 그들의 시간을 훔치고 있다
하지만 훔친 시간도 내 시간처럼
내가 쓰는 것같진 않다.. 다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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